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12 - 못생김(2024-05-10/+1844/+57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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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12 - 못생김(2024-05-10/+1844/+573)

정돌맹이 2024. 5. 10. 17:30

와이프는 늘 나에게 "내가 왜 좋아?"를 묻는다.
나의 대답은 늘 "이쁘니까!" 이다. 
그럼 와이프는 다시 묻는다 "그런거 말고!!!" 
그럼 나의 대답은 "귀여워서?" 이다. 
다시 반쯤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그런 외적인거 말고!" 라고 묻는다.
나는 다시 "세상 편하게 살자나"라고 답한다.

그럼 이젠 진심을 다해 말하지 않으면 싸울것 같은 목소리로 "장난치지 말고 왜 내가 좋냐고!?"라고 짜증을 낸다.
(왜 본인을 좋아하는 이유를 짜증을 내면서 물어보는진 모르겠지만.... )
그럼 나도 진심을 다해 "너가 나를 많이 아껴주는게 느껴져서" 라고 말한다.
그럼 만족한듯 "그렇지?"라고 말한다. 
왜 내가 사랑하는 여러 이유를 듣는 것보다, 본인의 진심을 알아주는 것에 흡족해 하는지는 모르겠다. 
와이프가 "나를 왜 사랑해"로 듣고 싶은건, '어짜피 너는 나를 사랑할테니, 내 진심을 알아주는지 아닌지 듣고 싶어' 였을까?
아니면 이미 본인이 이쁜것도 알고, 착한것도 알고, 성격좋은것도 알고 있으니, ' 그 이상 신선한 대답을 내놓지 못할바에는 내 사랑이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싶다' 였을까?

암튼 이젠 내 역공이다.
나는 "그럼 나는 왜 좋아?"라고 묻는다.
와이프는 "못생겨서"라고 대답한다. 
나는 다시 묻는다 "그거 말고!"라고 묻는다.
와이프는 세상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진짜 못생겨서"라고 대답한다. 
나는 "내가 그렇게 못생겼어?"라고 묻는다.
와이프는 "응!"이러고 휙 돌고는 다른 대답을 내 얼굴은 무시한체, 본인 할 일을 한다. 
너무 쉽게 나의 야심찬 공격을 회피하는 그녀가 너~~무 얄미울때가 많다. 

그렇게 나는 웃기게도 5년째 '못생겨서 사랑받는남편이 되어있다. 
연애 초반에도 그랬고, 프로포즈 때도 그랬고, 결혼하고 나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못생긴 남자를 사랑하는 이유'를 집요하게 물어봐도 '못난거에 반하면 답도 없다'라는 나름 듣기 좋은 이유만을 말할뿐, 한번도 먼가 명쾌하다고 느껴지는 해설을 들은 적은 없다.  

어쩌면, 어릴때 부터 공주가 되고 싶어서 디즈니 광팬이었던 와이프는, 못생긴 남자가 공주를 차지한고 잘생겨진다는 뻔하디 뻔한 클리셰적인 내용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넌 못생겼는데 이쁜 내가 같이 살아주니 딴 생각하지말고 나에게 집중하라는 의미이자, 경고이자, 늘 겸손한 태도를 가지라는 와이프 법전안의 내용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진짜 못생겼는데 자기가 잘생긴 남자와 몇번 연애하다보니 그 놈이 그 나물인데 못생긴애들이 착하더라 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와이프는 진짜 못생긴 남자가 이상형일지도 모르겠다. 이상형은 다 다른것일테니까 말이다. 

 

(나중에 아빠가 이상형인 딸을 낳고 싶은데, 그 이유가 엄마처럼 못생겨서이면, 나는 웃을 수 있을까? 
못생긴 남자와 결혼하는건 좋은 선택이야 ! 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P.S) 이와 비슷한 대답을 하는 여자친구 또는 와이프를 두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왜그런지 댓글을 써주면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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