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11 - 미신? 미래를 보는 신?(2024-05-01/+1835/+56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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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11 - 미신? 미래를 보는 신?(2024-05-01/+1835/+564)

정돌맹이 2024. 5. 1. 18:10

와이프를 만나면서 처음 점? 신점? 을 보기 위해 신당도 가보고 사주카페도 가봤다. 그 전까진 미래가 궁금하긴 해도 그런 말을 들어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간것도 있고, 종교를 믿는 여자친구들 때문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지금도 사주나 신점을 믿지 않는다.

사주는 태어난 년, 월, 일, 시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팔자를 풀이해준다. 그런데 생각보다 넓은 시간대를 포함한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필자가 어릴때만해도 지구에는 1초에 3명씩 태어난다고 했는데, 1분이면 180명이고 10분이면 180명, 30분이면 540명이 지구상에 같은 팔자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이다. 어릴때는 그정도면 말이 안된다 생각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또 이 큰 지구에 540명 정도 비슷한 팔자라고 한다면 그것도 나름 괜찮은것 같기도 하다. 

신점은 그냥 내가 신이라면 미래를 정해주지 않을것 같다. '본인이 원하는 목표점이 있다면 그 상태인 모습으로 처음부터 시작했으면 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이것도 요즘 생각해보면 '해봤는데 과거가 없었던 인류에게 이상적인 현실은 미래도 없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태어나자마자 행복했던 인류에게 우울했던 과거가 없었다면 그 무엇도 최초였기 때문에 누군가의 이기심과 폭정을 혹은 권태로움을 이겨내기위한 면역체계는 존재하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스스로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내는 인류를 기다리고 있는건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런 나에게 와이프는 결혼전에는 궁합을, 결혼 후에는 신년운세를 보는 신기한 존재이다. 우리의 궁합은 쉽게 말하면 사주팔자상 궁합은 좋지 않으나, 신점으로는 좋다고 한다. 얼마나 궁합이 안좋으면 궁합을 봐주신 장인어른이 아시는 스님은 "이미 결혼한거 말해서 머하냐고" 말도 안해주신다.
처음 갔던 압구정의 사주집에서는 와이프는 화기운이 많고, 나는 목기운이 많다고 하셨다. 와이프의 화기운이 내 나무를 태우는데, 내가 나무가 너무 많아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와이프 보고 따로 오라고 말했다. 내가 잡아먹히는줄 알고 걱정했는데, 내가 와이프를 잡아먹나....? 이 부분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물어보고싶다. 

최근에 본 사주집에서는 와이프의 인생을 한문장으로 말할수 있는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무엇이냐, 하늘 아래든 위든 나보다 높은 사람은 없다라는 뜻이다. 사실 저말을 들으면 남편의 사주는 의미가 없다. 그냥 목이든 물이든 금이든 땅이든 속된말로 내가 머든  와이프 말을 졸라게 잘들어야 하는데, 내 사주가 무슨 의미인가

'고집이 세다.', '아집이 세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기가 세다.' 등 표현하시는 방법은 다 다르지만, 결국 본인뜻대로 해야 한다는 말은 모든 사주팔이, 신점을 볼때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다. 놀라울정도로 정확하다. 사실 내 와이프를 표현하는데 가장 명확한 말 중 "천상천하 유아독존"외에 무엇이 있을까? 

가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왜 그런 여자랑 결혼했냐"고 물어본다. 보통 답변은 "이쁘자나" 라고 하지만(머 틀린말은 아니지만), 천상천하 유아독존만의 매력이 있다. 하고자 하면 해야하게 때문헤 하도록 놔두면 된다. 남을 위한 가스라이팅도 어설픈 설득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해보고 스스로 아니다 싶으면 돌아온다. "얼마나 편한가?"
하고 싶은대로 했기때 후회도 미련도 없다.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한다. 나처럼 "맞을까?"를 생각하면서 천천히 들어가는 사람은 "좀 더"를 외치다가 나오는 타이밍도 놓친다.  

두번째로 나오는 말은 "쓰는 만큼 본인에게 돈이 들어온다." 이다. 매번 "맘대로 돈쓰라는 말이 아니다."라고 하는 표현이라고 설득하지만, 세상에 사고 싶은 것이 많은 와이프에게 이보다 좋은 말이 있을까? 
개인의 성격과 팔자가 이렇게 맞아도 되는걸까? 싶은 사주이기도 하다. 

세번째로 나오는 말은 나이를 먹을수록 운세가 핀다는 말이다. 늙을수록 행복해진다고 한다. 사실 이 말이 난 너무 좋다. "100세 시대에 이 말만큼 좋은게 있을까? " 똥을 벽에 바르더라도 살아만 있음 좋다는건 아니겠지만, 건강만 하다면 내 행복은 지속된다는 이말,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도 있는 사주다. (성공을 하거나 재물운이 크지 않은 사주이지만, 기복없이 성장하는 사주라고 한다.) 

위에 세개의 사주를 들으면서 놀리지 말라는 와이프의 표정은 걱정이 아니었다. 웃고 있었다.
아니라고 말 하지만 유아독존이라는 단어도 맘에 들었으리라.  
분명 말은 하고 있지 않지만, 내 귀에는 '나를 설득하지마라, 나는 유아독존이다. 나를 말리지 마라, 나는 쓰는만큼 들어온다. 늙어서 행복하고 싶다면, 내말을 들어라.' 라고 내 뇌에 직접 말하는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이런 기분? 

<웹툰 노블레스>

그런데 그거 알아? 위에 있는 노블레스라는 만화 주인공들도, 저런 관계에 있었지만, 자신의 주인을 참 좋아했다는거?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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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와이프를 사랑하고 와이프가 나를 사랑하는 한, 궁합과 신점의 무슨 의미일까?
여전히 나는 저런 것이 만들어지고 의미를 두는 이유는, 살아보니 젊었을때 중요했던거는 다 부질없더라 라고 믿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통계라고 생각한다. 유의미한 통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겠지만, 무의미한 연결점이 없는 삶의 통계를 유의미한 연결점을 만들기 위해 해야하는 수 많은 가정과 생략된 부분들은 기록에서 사라졌거나 무시했으리라.
나의 불행을 남의 불행과 동일하게 보기 위해서, 남의 행복을 질투하지 않기 위해 만든 핑계일 뿐이다.  

또, 내 안에 관우가 들어왔건, 처녀귀신이 들어왔건, 혹은 몸에 들어가는 귀신이 있든 없든, 그들 또한 이 세상에 속해있을 텐데 미래가 보일리 없다. 그리고 어떤 이유건 이 세상에 영적인 존재가 되어 미래가 보인다 한들, 그 능력을 특정 인물의 몸속에 들어가 '니 인생은 이럴거야'라는 말을 하기 위해 그 시간을 쓰는것이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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