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7 - TV 프로그램(2024-04-17/+1821/+590) 본문

결혼이야기

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7 - TV 프로그램(2024-04-17/+1821/+590)

정돌맹이 2024. 4. 18. 17:18

우리는 주말부부 2개월차다. 몇몇 회사에 계시는 40~50대 분들은 '3대가 복을 쌓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부러워하시기도 하지만, 결혼 2년차인 우리는  아직 서로에게 하는 짜증과 잔소리도 달달하다. 장모님 말씀처럼 콩깍지가 씌여서 아직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1년만에 벗겨질 거라던 콩깍지는 5년째 유효합니다 장모님 ㅎ) 

금요일 오후 4~5시에 퇴근해서 9시 반 쯤 집에 도착하면, 최소한 월요일 새벽까지는 같이 있는다. 금요일 저녁에는 장인어른댁에 가서 인사를 드리거나, 보통 간단한 식사와 함께 나는솔로를 보는 편이다. 토요일은 와이프가 시험기간이 아니라면 둘만의 시간을 가급적 보내는 편이다. 일요일은 원래는 보통 쉬는 날이었는데, 등산, 골프, 식사 등의 이유로 처가댁과 같이 보는 경우가 절반은 되는것 같다. 보통 오전/오후 일정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이후로는 '금쪽같은 내새끼', '사장님 귀는 당나기 귀'를 고정으로 같이 보고, 그때그때 달라지는 드라마를 와이프 혼자보거나 같이보기도 한다.

'나는 솔로'를 보면서 출연자의 행동 중 '솔로 인 이유'를 찾아서 공유하기도 하고, 진심으로 잘되기를 응원하기도 한다. 그리고 첫인상 투표 같은것을 서로 하다보면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확인할수 있다.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면서 와이프는 아이의 입장에서 울고 나는 부모의 입장에서 짜증을 낸다. 그러면서 교육관이나 집안 분위기 등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  
'사장님 귀는 당나기 귀'를 보면서 근로자의 마인드로 살아가는 나는, 늘 사장님처럼 살아가는 와이프의 모습이 멋있고 부럽다. 그래서 나는 정이고, 와이프는 갑인가 싶을때도 많다. 
'드라마" 를 보면서 옆에서 게임이나 다른 영상을 보고 있는 나에게, "오빠는 이럴때 어떻게 할꺼야?" 라는 질문을 던질때를 대비해서 드라마의 남주가 하는 행동에 어느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실 내가 보는 것은 다 관계에 관한 내용이다. 처음 만난 이성과의 관계, 부모로서 자식과의 관계, 상사로서 직원과의 관계는 누구나 경험해볼수 있는 리얼한 삶이고, 사람과의 관계가 적극적이지 않은 나는 TV를 통해 남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드라마는 현실이 아니기때문에, 작가의 상상속에 현실 보다는 희망사항이 더 들어갔을 수도 있기때문에 보기 불편하다. 

보통 세 프로그램에서의 갈등은 자신의 생각에 유연성이 없는 한명을 통해 주변인이 힘들어 하거나, 피하면서 발생한다. 사실 저런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다면, 와이프랑 결혼하지 않았다면, 보통 힘들어하거나 피하는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내 포지션인, '착한사람', 생각에 유연성이 없는 사람을, 일반적으로 와이프 포지션인, '나쁜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 한편 보면서 와이프랑 이야기 하다보면, 위에 '착한사람'이라고 표현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나쁜사람'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해결방법이 다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쁜사람'은 '착한사람'을 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답답해 한다"

그리고 자신이 문제해결을 위해 솔직하게 말한다고 믿는 '나쁜사람'은 본인의 생각을 돌리거나, 상황을 피하는 사람이 착하지 않다.그 어떤 상황도 해결하지 않고, 스스로 상처받고 있으면서 힘들어하는 '착한사람'을에 의해 독해보이는 자신을 억울해 하는 모습조차 보인다.

일반적으로 분위기를 엄청 보고, 회피형인 나는, 나 스스로 나름 착하다고 믿고 살아왔기 때문에, 방금 내가 쓴 위 세 문단을 이해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렸다. 나는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 갈등을 피했던 어쩌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피곤함을 줬을지도 모르는 의미에서의 '나쁜 사람'이다.

그래서 요즘은 사람을 볼때 성경적인 특징에서 선/악을 따지려 하지 않는다. 성격에서 좋고 나쁨을 뺀, "그냥 그런 사람이다"라는 이 당연한 말을 이해하는데 35년이상 걸린샘이다. 행동과 달리 성격에 선과 악은 없다. 성격에 의해 표출되는 행동의 결과가 잘못되었다면 나쁜사람이라 말할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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