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9 - 연애시작일(2024-04-25/+1829/+598)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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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9 - 연애시작일(2024-04-25/+1829/+598)

정돌맹이 2024. 4. 25. 16:06

모두가 다 그렇진 않겠지만, 내가 아는한 보편적으로 결혼을 준비하면서, 결혼하고서, 출산하면서 남자가 꼭 해야하는 몇가지가 있다. 

결혼 준비과정에서는 프로포즈가 꼭 해야할 것이고, 결혼하고서는 결혼기념일 챙기는 것은 꼭 해야 하고,  출산할때는 무조건 그 현장에 있어야 한다. 이 셋중 하나만 안해도 평생 혼날 일이다. 그래도 요즘에는 여자도 남자에게 답가처럼 프로포즈를 해주는 경우도 있다. (사실 필자는 1월에는 새해, 2월에는 발렌타인, 3월에는 화이트데이, 4월에는 연애시작일, 5월에는 어린이날, 8월에는 결혼기념일, 10월에는 와이프생일, 11월에는 빼빼로데이, 12월에는 크리스마스를 챙겨달라고 듣고 있지만, 그래도 연애기념일, 결혼기념일, 생일 만큼의 비중은 아니다. )

4.26 은 연애시작일이다. 앞서 몇번 언급했던 소개팅 자리가 있었던 이후, 나는 애프터를 신청했고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같이 보기로 했다. 상영관에 들어가기전 나를 믿고 만나달라고 읍소했고 받아줬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방법이었지만, 간절했던 만큼 있는 그대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거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소개팅 전 매일 새벽 2~3시까지 하던 통화가 맘에 들었던것인지, 아니면 간보는거 없이 다가오는 내 모습이 맘에 들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서로 투닥투닥도 적지 않게 했지만, 고마운 부분이 많다. 그래서 오늘은 아내자랑을 좀 해볼까 한다. 맨날 "나 사랑해?"를 물어보는 와이프에 대한 진심이 담긴 답변이기도 하다. 

먼저 아내는 매력적인 츤데레이다. 머 좀 도와달라하면 투덜투덜하지만 정말 '스윽' 다 해준다. 와이프는 요리에 관심이 없다, 나는 관심이 많다. 사실 둘중 한명만 잘하면 된다는 마인드라서 내가 하면 되지라고 생각해서 결혼했지만, 결혼하고 보니 내 자녀가 엄마밥을 못얻어먹을까봐 걱정된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몇번 같이 요리하자, 요리해줘 라고 요청하면 극구 거부하지만 어느날 와보면 밥을 해놓고 기다린다. 그리고 어릴때부터 맛난것만 먹어서 그런지 간을 잘본다. 그리고 생활형으로 배운 나보다, 고급지게 한다. 

두번째로 사랑을 잘표현하고 요구한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느끼는거지만, 같은 것을 요청하고 하더라도 '잘' 해야 서로 피곤하지 않다. 그리고 '잘'한다는것은 '자연스럽게'해야 상대방이 어색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와이프는 사랑/애정/관심같은 것을 참 '잘' 표현하고 요구한다. 오히려 안해주면 내가 남편으로서 부족한것 같아 미안할때도 많다. 

세번째로 내가 봤을때 정말 이쁘다. 늘 주변에 말하지만, 나는 내가 만날수 있는 수준의 여자중에선 가장 이쁜여자랑 결혼한것 같다. 남자에게 "와이프가 이쁜것은 결혼 후 삼년까지 간다." 라는 말이 있다. 일년이나 남은 내가 속단하긴 이르겠지만, 와이프가 이쁜것은 중요하다. 내 관용의 폭이 늘어나고, 와이프의 애교한번에 화도 녹아내린다. 그리고 스스로 이쁘다고 생각하고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은 여자는 남자를 호구로 보거나 허영심이 많을것 같지만, 의외로 그런여자는 별로 없다. 이쁜 여자가 성격도 모난부분도 없고 자존감도 높다. 그래서 어릴때는 부모가 '이쁘다'를 해줘야 하는것이고, 커서도 자기를 '이쁘다'라고 자주 말해주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번째로 나름 효녀다. 겸손하게 '나름'이라고 썼지만, 진심 효녀라고 생각한다. 내 와이프는 부모님과 못해도 매일 한시간은 통화하고, 일주일에 한두번은 외할머니와 통화한다. 이런것이 효자/효녀를 판단하는 정확한 기준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삶을 부모와 공유하는건 요즘세상에 효자라고 생각한다. 나는 효자/효녀를 기피하는 요즘 세상이 참 안타깝다. 나를 키워준 사람에게 잘하지 않는데, 나에게만 잘하는 이성을 만나고자 하는 것은 욕심이다. 돈을 벌어본적이 없는데, 자수성가한 사람을 만나기를 원하는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받아본사람이 다른사람에게도 잘 사랑하는거고, 가족에게 잘 해본 사람이 새로운 가족인 나에게도 잘하는 것이다. 연애초반에는 머든 잘해주고 싶을테니 누구나 잘해주겠지만, 익숙해졌을때 나오는 남에대한 태도는 평소 내 사람에 대한 습관이고 태도에서 나온다. 

다섯번째로 밝다. 이뻐서 밝은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성격이 밝다. 질투는 있어도 불필요한 의심이나 스스로를 우울하게 만드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저런 미래 우리의 모습이나, 육아 같은 이야기를 할때면 한없이 밝다. 그래서 힘이난다. 내가 그 밝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든든한 남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호불호가 명확하다. 호불호가 명확하다보니 표현이 정확하다. 그래서 주변사람들이 오해가 없다. 원하는걸 해주기 때문에 부족하거나 불만족 스러울까 걱정되지도 않는다. 딱 원하는 만큼 해주면 된다. 가끔 본인이 원하는걸 원하는 만큼 딱 가져가는 와이프를 보며 그러지 못하는 장모님, 나, 처남은 한없이 부러울뿐이다. 

위에것 외에도 참 같이 지내다보면 나랑 다르지만 단점으로 비춰지지 않는 와이프의 성격에, 칭찬할 부분은 너무 많다.
마치 아이를 보면서 어른으로서 반성하기도 하고, 어릴때보던 어린왕자가 커서 읽으면 다르듯이 내 와이프랑 이야기 하다보면 배울점도 많고 느끼는 점도 많다.

그래서 이런 여자가 내옆에서 같이 있어주기로 결정한것에 대해 항상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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