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1 - 글의 시작(2024-04-05/+1807/+588) 본문

결혼이야기

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1 - 글의 시작(2024-04-05/+1807/+588)

정돌맹이 2024. 4. 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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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쓰고자하는 글들은 남편 입장인 내가 쓰는 매일의 우리 이야기이다. 매일 쓰려고 목표를 삼다보니 가급적 짧게 쓰려고 하며, 내가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을 글로 담는것을 목표로 하다보니, 부부싸움을 하는 날에는 그런 갈등을 주로 쓰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전날의 일을 다음날 쓰려고 하기 때문에 회상글이 된다. 

간단하게 우리를 소개하자면, 2022년 8월 27일 결혼식 후 딱 바다가기 좋을 기온과 화창함 속에서, 각자가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믿는 남녀가 부부가 되었다. 지금부터 작심삼일이 아니길 바라면서 쓰는 글들은 여러가지 목적이 있지만 작게는 우리는 어떤 부모였는지에 대한 기록을 지금부터라도 남기고 싶은 욕구가 어느날 생겼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런 글이 모인다면, 내가 봐왔던 족보보다는 부모를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그리고 좀 더 그럴싸한 이유는 지금까지 살면서 들어왔던, 개인적으로도 겪고있는, 수 많은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들을 나중에 내 자식, 지금은 없지만 계획하고 있는, 과 겪었을때 내 아이가 커서 부모를 이해하는 글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사실 과학동아나 보고서만 읽던 공대생인 나는 어떤글을 써야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른다.  

나는 -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표현이지만 - 극 I 성향의, 그나마 다행이 192cm여서 그리 보이지 않는 남성이다. 내 와이프는 우리의 첫 만남이었던, 소개팅 전 첫 통화, 첫 인사에서도 E의 성향인게 티가나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여성이다.

(언젠가 나의 이야기 그리고 엄마의 연애이야기를 쓸 날도 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힘들일이 일어나면 타인에게 기대거나 이성친구에게 완벽하게 의존함으로써 발생했던 집착적인 문제들을 살면서 봐왔기에, 늘 어떤 종교든 스스로 일어날줄 아는 종교인을 만나왔었다. 마지막 이성친구와 5년 정도의 연애이후에 헤어졌을때 심리적 안정감을 찾기위해 몇년만에 찾았던 교회에서 다음 여자친구는 무교이지만, 강한 여성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그것을 들어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살면서 만나본 여자중에 이렇게 자기주관이 뚜렷한 여성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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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칼퇴근 후에, 주말부부 2개월차, 평소처럼 회사에서 집까지 차로 4시간 30분을 운전해서 왔으며 바로 옆동에 계시는 장모님댁으로 인사도 드릴겸 다녀왔다. 최근 대통령의 의대정원 이슈로 시골에서 공중보건의로 군복무를 하던 처남이 장모님댁 근처 대학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겼고 같이 살게 되면서 부쩍 부딪힘이 많아졌었고, 아니나 다를까 처남이 가지고 있는 주택 - 신규 세입자를 구하고 있는 - 의 내부수리 문제를 도와주고 싶어하는 장인어른과 그 도움을 거절하는 처남사이에 갈등이 있던 날임을 알게 되었다. 

(나 또한 결혼하면서 산 와이프 명의의 집이 , "네 맞습니다. 뉴스에서 말한 영끌해서 집샀다가 힘들어하는 20~30대 직장인이 저입니다.",  최근 누수, 세입자 변경, 샤시공사를 한번에 하게되면서 관리를 해주던 아버지와 최근에 싸웠다. 거리적으로 영끌해서 산 집과 현재 거주지가 멀었기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아버지가 관리를 해주셨으나, 그 방법이 내 요구사항이 반영된다기 보다 아버지의 경험에 따른 관리에 가까웠고 나 또한 아버지께 따로 돈을 드리는건 아니었기에 그런 관리에 크게 개입하고 있지 않았다. 다만 최근에 저 세가지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시기가 모두 3월이었고, 인센이 들어오는 달이어서 다행이었지만, 2월에 한 부서이동으로 새로운 조직속에서 저 문제로 걸려오는 전화들은 돈적인 측면보다는 내 머리속에서 빨리 치우고 싶은 이슈였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와이프 명의라는 그 사실은 관리를 하는 아버지에게는 우리에게 보고를 해야하는 이유였고, 나는 수많은 제자리 걸음처럼 느껴지는결정사안들과, 와이프에게 직접 전달되지 못하는, 관련된 아버지의 지속적인 전화가 회사안에서 부담이었다. 조금이라도 현금을 쥐어주고 싶었던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못하는건 아니지만, 그 과정속에서 몇번이고 지금 당장 금전적 이득이 필요하지 않음을 아버지께 어필했었다. 또한, 무조건 싼것이 누수나 샤시공사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믿던 나에게는, 아버지가 시장에서 물건 깎듯이 흥정하는 방식은 내가 현장이 있지 않았지만 이상하리만큼 듣는것도 불편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내가 직접 부동산 가격을 조금 내려보라는 어머니와의 짧은 통화속 내용들이 내가 듣고 싶었던 것만 들리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하고싶은대로- 아버지께 그동안 어필했던 내용대로- 했고 그것이 아버지 입장에서는 더 이상 이 집을 관리하고 싶지 않게 되었던 이유가 되었다. )

아무튼 사실 비슷한 문제로 나 또한 최근에 아버지와 싸웠기 때문에 장인어른의 스타일이 불편할 처남의 기분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자기주관이 누나(아내)만큼 뚜렸한 처남이었던 만큼 그 갈등이 일방적으로 일어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장인어른은 본인의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나름의 시간과 금전적 손해를 줄일 수 있는 범위와 해법을 제시했을것이고, 전문의를 수료한 시점부터는 부모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아하는 처남은 그 개입이 적절했다 하더라도 듣고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갈등을 들으면서 머리속으로 내 삶을 생각할때쯤 골프연습을 가셨던 장인어른이 돌아오셨고, 이 주제는 이렇게 아버님이 포함된 대화속에서 더는 언급되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맥주를 세캔쯤 드셨을때 장인어른은 "내가 잔소리가 심한가?"라는 질문을 하셨다. 너무 뜬금없는 질문이었고 집에 대한 이슈를 장모님으로 부터 방금 들어서 알고 있던 나로서는 내가 너무 너네들 일에 개입하니?" 라는 질문이 더 적절하지 않았나를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내 눈에는 아내의 당혹감과 '당연한걸 왜 물어봐'라는 어이없음이 보였지만, 아내는 "아빠가 잔소리가 없는건 아니지, 그런데 나도 살다보니 아빠의 심정을 어느정도는 이해하게 되었고 잘못된거라고는 생각안해. 다만, 그걸 전달할때 남의 마음을 상처주면서 하느냐 마느냐는 큰 차이가 있는것 같아." 라고 말했다. 

여기까지가 24.4.5에 있었던 일중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내가 저부분을 강조한, 그리고 오늘의 글로 쓴이유는 나는 - 아내의 성격상 우리의 아이들에게 개입(잔소리)를 안할것도 아니고 특유의 솔직한 단어 선택과 말로 상처도 줄 것이라고 거의 확신한다 - 너네가 상처를 받았으면 받고 있다고 말하고, 개입을 원하지 않거나 잔소리가 듣기 싫다면 해결하거나 대화할수 있는 성격이길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I 같은 성격에서 나오는 수많은 간단한 문제점들을 크게 키우는 내 성격이 싫고, 내가 받은 상처만큼 남에게 상처를 주면서 해결하는 처남의 방어적 I 같은 성격도 싫다. 엄마처럼 사건이 발생한 순간에 원하는 바를 원없이 말하고 너의 생각이 그 말하는 순간에 남을 불편하게 하더라도 공유함으로써, 최소한 그날안에는 그 사람과 그 이슈에 있어서 만큼은 매듭을 짓고 앞으로 가는 성격이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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