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2 - 등산과 스크린 골프(2024-04-07/+1809/+590) 본문

결혼이야기

갑순이와 정돌이 이야기 #2 - 등산과 스크린 골프(2024-04-07/+1809/+590)

정돌맹이 2024. 4. 7. 22:57

처가댁에서의 등산은 장인어른이 딸과 장모님에게 오만원(산책은 3만원)씩 용돈을 주는 활동이며, 집돌이인 나에게는 20년 만에 하는 활동이다. 처음은 집뒤의 산을 다 같이 올라갔고 오늘은 좀 떨어진 곳의 산을 올랐다. 
처가댁과의 만남이 잦은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집이 근처이기 때문이고,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결혼전에 다른 어른들에게 들었던것처럼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한 곳에서 오래사신 만큼 맛집도 많이 알고 나는 그런 맛집을 가는것을 좋아하는 사위이다. 그리고 나의 부서이동으로 인하여 장모님 댁 근처에 집을 구한지 1년이 안된 상황에서, 난 부서이동으로 인하여 원래살던 곳 근처로 돌아갔다. 딸과 대학이후로 처음 같이 살면서 행복해하시던 부모님들의 표정이 지금은 기억이 또렷하고, 언제 주말부부를 끝내고 나와 같이 살지는 모르지만 그때 까지는 많은 추억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또 와이프가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는 장모님과 외할머니와의 시간을 최대한 만들어 주고 싶은것은 세상을 하나 구김없이 바라보는 내 아내가 시간이 흘러감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별속에서 너무 속상해하는 시간이 길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암튼 결혼 후 두번째 등산은 모처럼의 황사에 좀 흐린것 외에는, 벚꽃의 연한 핑크색이 때론 머리위로, 때론 비처럼, 때론 카페트처럼 둘러싼 환경에서 진행되었다. 장모님의 장인어른에 대한 평소 불만은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두분은 다정하게 붙어있었고, 결혼전이었다면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우리또한 연애 때와 큰 차이없이 오르고 내려왔다. 이런 활동이 익숙하지 않은 내가 뱉는, 저질중에 저질 체력이였기에, 나즈막한 한숨과 하소연이 장모님과 와이프의 웃음으로 바뀔수 있다는건 너무 다행기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남문까지 가신다는 장인어른을 따라가다가, 동문 2.53km를 봤을때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라고 말한다던지...)
산 아래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처가 지인이 하는 식당이 있다. 식당 주인분의 가정은 자녀문제로 마냥 행복할 수는 없어보이지만, 요리에는 그 어떠한 불행한 느낌없이 정성만이 들어있는 식당이다. 요리를 조금 좋아하거나 백종원 요리법이 아닌 옛날 스타일의 정통 요리법을 배워본 사람은, 음식을 받는순간 내가 주문한 이 한요리에 요리사가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는지 느껴질 것이고 처음 메뉴판을 받았을때 받았던 다소 비싼 음식의 느낌은 사라지는 그런 식당이다. 
그 뒤에 우리는 스크린 골프장에서 이상하리만큼 잘쳤던 와이프와 최근 연습시간을 늘린 나, 그리고 늘 꾸준히 잘치시는 장인어른은 서로 최고스코어를 기록하였다. 딸이 본인이 원하는 방법으로 휘두르지 않거나 집중력 없이 대충휘두른다고 생각하실때마다 하시는 잔소리의 양은 줄지 않았지만, 공이 떠서 멀리 나가는 모습을 보시거나 갑자기 실력이 는 딸의 모습을 보시는 아버지의 행복한 미소 또한 잔소리만큼 진심이었을 것이다. 다만 잔소리의 음량만큼 그 미소에도 소리가 있다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번의 활동, 2번의 식사 후 우린 각자의 집으로 왔고, 와이프로 부터 나와 와이프가 잠시 없거나 두분만 있는 상황속에서 장인어른이 처남을 독립시켜서 따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 처남은 지금 어릴때 있었던 아버님과 관련된 여러 일들로 장인어른께 반항심이 가득한 상황이고, 60대 중반에 들어선 장인어른은 과거에 비해 가족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상황이다. 저런 아버지의 행동이 심리적 거리가 멀어질때로 멀어진 자녀에게는 얼마나 적응하기 힘들고 거부감마져 드는지 이미 경험한 나와 와이프는 결혼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서로의 부모님에게 잘하자고 몇번이고 이야기했고, 각자의 부모님을 만나는 과정중에서 과도하게 예민하게 굴면 서로 지적해주고 있다. 
다만, 이제 경제적으로 독립이 가능하다고 믿고, 부모님의 도움은 앞으로 일도 필요없다고 믿는 처남은  와이프와 나보다도 더 심리적으로 예민하게 그리고 행동으로 표출한다. 그런 과정속에서 공중보건의로서 주말마다 오는 아들이 장인어른은 이해하기 힘들면서 일주일에 하루쉬는 일요일 조차도 눈치를 보게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독립을 시켜도 되는지 장모님의 생각을 물어보는 장인어른의 심정은 과거에 아버지의 행동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자녀의 절망감 만큼이나 힘들었을지 나는 알수 없다. 하지만 장모님은 동일한 환경에서 장모님에게 처남은 지난날의 힘듬을 견디게 하던 자부심이자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동반자이면서 그나마 어머니를 지탱해 준 버팀목이었고, 지금의 상황만을 본다면 아버님의 심정을 이해못하시는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들편에 있고 싶으셨을 것이다. 다만, 그 상황에서 반발을 했다면 아버님과의 삶의 경험을 통해 아버님이 어떻게 반응하실지 알기 때문에 동의도 부정도 하지 않으셨으리라 상상할수 있었다.
장인어른 보다는 처남이 더 소중하지만, 처남의 예민함은 장모님에게도 상처가 되고 있는 상황속에서 장모님은 오늘의 활동이 어느 정도의 행복이셨을까? 아니면 마음이 불편해서 집에서 쉬고 싶지만,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따라나오신 선의였을까? 장인어른은 "오늘 정말 행복했어" 라고 말씀하셨지만, 진심이셨을까? 아니면 일끝나고 마시는 한캔의 맥주처럼 삶의 고뇌를 가리는 취기같은 행복이었을까? 와이프를 위해서 장인어른, 장모님, 외할머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나의 행동이 처남을 불편하게는 하지 않을까?
그렇다 한들, 아니라 한들 사람들의 행동에는 차이가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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